‘뽈소라 음식 판매 행사’ 12일 신례1리 공천포 해변에서 열려

김형준 계장이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다.(사진=장태욱 기자)
김형준 계장이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다.(사진=장태욱 기자)

어촌 해변에 천막 세트가 차려졌다. 천막 입구에는 음식 메뉴가 적혀 있는데, 그걸 보고 길을 지나는 관광객이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들어온다. 손님을 맞는 사람은 해녀라는데, 30대 안팎의 젊은 여성(남성도 있다)들이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어촌계장인데 제주어가 전혀 섞여 있지 않다. 뿔소라 판촉 행사라는데, 마치 도심 속 레스토랑에 온 느낌이다.

‘뽈소라 음식 판매 행사’가 1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신례1리 공천포 해변에서 열렸다. 제주자치도 해녀문화유산과가 행사를 주최하고 신례1리어촌계가 주관했다. 공천포 해녀가 채취한 뿔소라를 이용해 만든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는 자리다.

행사 막바지인 오후 2시20분경, 공천포 해변을 찾았다. 입구에 걸린 현수막에는 버터소라꼬치(5000원)와 자숙소라(1만원), 칠리콘카르네(1만원) 등 세 가지 음식 이름이 적혔다. 앞에 두 가지는 대충 알겠는데, 칠리콘카르네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런데 소라꼬치와 자속소라는 이미 완판됐고, 칠리콘카르네라는 음식만 조금 남았다. 어쩔 수 없이 남은 걸로 1인분 주문했다.

뿔소라를 재료로 내놓은 칠리콘카르네 세트(사진=장태욱 기자)
뿔소라를 재료로 내놓은 칠리콘카르네 세트(사진=장태욱 기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김형준 어촌계장이다. 공천포로 귀촌한 주민이 어촌계장을 맡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렇게 젊고 도시적인 사람일 줄이야. 이날 선보이는 칠리콘카르네는 미국 요리인데, 현지에서는 소고기와 콩, 양파, 칠리, 토마토 등을 넣고 푹 끓인 스튜인데, 이날은 이 스튜 한 접시에 빵을 곁들여 내놓았다. 여기에 푸른색 칵테일 음료 한 컵까지 세트로 1만원이다.

현지에서는 매운맛을 내는 요리인데, 이날은 매운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매운 음식을 싫어하는 서귀포 사람의 취향을 존중했을까? 스튜에는 소고기 대신에 잘게 썬 소라가 씹혔다.

김형준 어촌계장은 “해녀들이 소라를 채취하면 대부분 대량으로 판매한다. 그러면 수식이 거의 없기에 적은 양으로 매출을 키울 고민을 해야 한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요리를 개발해야 하는데, 여기 있는 젊은 해녀들과 함께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한 달을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신례1리어촌계 계장과 젊은 해남 해녀들(사진=장태욱 기자)
신례1리어촌계 계장과 젊은 해남 해녀들(사진=장태욱 기자)

김형준 계장이 말하는 해녀는 제주도 바다에서 주로 보는 70~80대 고령 해녀가 아니다. 얼굴로 판단하면 30대 안팎으로 보이는데, 서울말이나 경상도 말을 쓰는 걸 보니 제주도 토박이는 아니다. 그중 두 명은 남성 즉 해남이다.

지나는 관광객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들어와 앉는데, 젊은 해녀들이 손님들에게 음식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해녀에게 이날 매출을 물었는데 뿌듯한 표정으로 “돈이 가방에 가득 있는데, 아직 세어보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장사하는 내내 젊은 해녀와 어촌계장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오전에 내린 비로 공천포 검은모래가 밝게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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