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주민투표를 거쳐 지난 2006년 7월 1일,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ㆍ군(서귀포시와 남제주군, 제주시, 북제주군 등)과 기초의회를 폐지했다.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를 유일한 자치단체로 하는 단일광역자치단체가 출범했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단일행정체계가 수립되고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된 이후 서귀포시민이 겪는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2006년 이후 정부와 제주자치도는 서귀포시에 해군기지, 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등 거대 개발사업을 끊임없이 펼쳤다. 그때마다 주민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서귀포시에 시장이 있되 대형 사업에 대한 권한이 없다 보니 주민들은 도청을 찾아 지사와 도청공무원들을 상대로 직접 싸움을 벌여야 했다.

제주자치도의 기형적 행정계층구조는 지방자치의 가치와 효용을 훼손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국회사무처(2009)는 제주도와 같은 행정체제 개편이나 통합은 실제로 기대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도 2010년 연구에서 도내 공직 및 시민사회가 현재의 단층적 행정계층구조에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평가에도 기형적 행정체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그동안 김태환-우근민-원희룡 지사 등이 도지사에 취임하면서, 제왕적 권한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은 주민의 의견을 뼈에 새겨 자치권 부활에 앞장서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포함해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약속했던 오영훈 지가가 취임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제주자치도는 그간 공개적으로 밝혔던 정책의 연장선에서 최근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 용역’에 필요한 과업지시서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절차를 거쳐 내년 1월에는 연구 용역에 참여할 팀을 선정하고 단일행정체제를 뛰어넘을 최적안을 찾아보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연구 용역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적잖이 우려가 생긴다. 우선 인구의 압도적 다수가 거주하는 제주시 주민이 기초자치단체 부활과 행정구역 개편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게다가 다수 언론과 도의원들도 반응 또한 신통치 않다. 제주시에서도 인구가 많고 아파트 가격이 비싼 이도-연동-노형-애월로 이어지는 도심권 민심이 투영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번 과업지시서가 자체가 품은 높은 난이도도 문제다. 16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방정식이 너무 복잡하다. 주민은 ▲자치권 부활 ▲기초 행정구역 재편 ▲새로운 기초자치 모형(기관 대립형과 기관 통합형)을 한꺼번에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 주민 전체가 이해하고 판단하기엔 어려운 과제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했다. 낡은 행정체제를 뛰어넘을 새로운 체제를 위해, 서귀포시민의 깊은 관심과 결단이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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